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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그날은 비가 흩뿌리는 오후였다. 나는 묵직한 DSLR 대신 작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도시의 습한 공기를 가르며 걸었다. 목적은 거창한 풍경이 아닌, 일상 속에 숨겨진 드라마를 포착하는 것. 빗물에 젖은 콘크리트 바닥은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낡은 상가 건물의 뒷골목으로 접어들었을 때, 그녀를 발견했다. 주변의 짙푸른 녹색 생울타리와 대비되는 밝은 옷차림이 그녀를 마치 조각처럼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완벽한 구도, 완벽한 피사체였다. 무심한 듯 시크한 그녀의 옆모습을 담기 위해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섰다. 그런데 빗물에 젖은 바닥이 문제였다. 셔터를 누르려는 찰나, 발이 미끄러지면서 카메라를 든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어머, 괜찮으세요?”
놀란 그녀가 황급히 나에게 달려왔다. 그녀의 표정은 새침하면서도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아픈 무릎보다 당황스러움이 앞서서 얼굴을 붉혔다.
“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몰래 다가가서…”
그때였다. 나는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사실, 실례지만 그쪽을 찍고 싶었어요. 이 비 오는 풍경 속에서 당신이 너무…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그녀는 내 어설픈 고백에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를요? 저, 사진 찍히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녀의 눈빛은 호기심과 경계심 사이에서 미묘하게 흔들렸다.
“단 몇 장만이라도 괜찮습니다. 제가 본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내 진심이 통했는지,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딱 5컷만.”
나는 다시 벌떡 일어나 카메라를 들었다. 그녀는 다시 울타리에 기대섰고, 나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구도로 렌즈를 맞췄다.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비가 와서 흐릿한 조명 아래, 플래시가 터지자 그녀의 몸매는 밝게 부각되고 배경은 대비되어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하얀 미니스커트와 허리에 묶은 하늘색 셔츠는 비에 젖은 거리와 대조되며 청량하면서도 발칙한 매력을 발산했다.
5컷의 촬영이 끝나자, 그녀는 다시 새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물었다.
“사진… 보내드리고 싶은데, 성함과 연락처를 여쭤봐도 될까요?”
그녀는 자신의 핸드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음… 연락처는 됐고. 제 인스타그램 계정 알려드릴게요. 지영이라고 해요. 마음에 드시면 태그라도 해주시든가.”
‘지영’. 그녀는 자신의 이름만을 던져주고는 쿨하게 등을 돌렸다. 나는 허망함과 설렘이 뒤섞인 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찍힌 사진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떠났다. 그녀에게 이 사진들은 단순한 ‘인증’일 뿐, 사진 속 그녀가 가진 ‘드라마’는 오롯이 나의 몫으로 남겨진 것 같았다.
나는 그날 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염탐했다. 그녀는 화려한 셀카나 일상 사진 대신, 자신이 찍은 감각적인 길거리 스냅 사진들을 올리고 있었다. 아, 그녀도 나와 같은 ‘포토그래퍼’였구나. 나는 그녀가 남긴 몇 장의 사진과 함께, 그녀의 욕심 많고 새침한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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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ull-body shot, captured from below with a camera flash effect and film color grading to create a bright-toned model contrasting with the background, features an hourglass-shaped Korean woman in her 20s with her hair pulled back in a high ponytail, who is leaning her back against a fence with ankles crossed and a subtle smile. She is wearing a light blue, short-sleeved collared top tied at the waist over a white garment, a short white pleated mini skirt, and light-colored flat sandals, while carrying a dark brown, woven rattan handbag. The setting is a rainy urban or suburban area with a visibly wet and glistening ground, bordered by steps with a bright orange-pink display to her left and a dense green hedge to her right, all under the soft, diffused light typical of an overcast 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