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지아와 나는 늘 사진 동호회에서만 마주치곤 했다. 동호회라는 틀 안에서는 늘 사람들과 함께였고, 그녀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지아는 묘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존재였다. 언제나 깔끔하게 차려입은 원피스나 짧은 스커트, 그리고 은근히 드러나는 자신감 있는 눈빛까지. 남자들의 시선을 모으는 걸 즐기면서도, 동시에 자연스러운 듯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은 늘 인상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아가 먼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오빠, 우리 수영장 갈래?”
그 말은 뜻밖이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웃어넘길 법도 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거절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원래는 당일치기로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근처 숙소 예약 문제로 일정이 자연스레 1박 2일이 되어버렸다. 그 상황조차 지아와 함께라면 특별하게 느껴졌다.
수영장에 도착하자 지아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꽃무늬 비키니 차림으로 내 앞에 섰다. 그녀는 사진을 찍히는 걸 좋아했고, 그 사실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물가에 앉아 머리를 묶으며 흘깃 웃는 모습, 햇살에 눈을 가리며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하는 모습, 그리고 시선을 의식하듯 가볍게 미소 짓는 표정까지.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그 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밤이 되어 숙소에 들어갔을 때, 이상하게도 시간은 더 천천히 흘러가는 듯했다. 평소에는 동호회 사람들 틈에서만 보던 그녀가, 이렇게 가까이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이 낯설고도 설레었다. 지아는 수영장에서 웃던 모습 그대로, 사진을 돌려보며 “오빠, 이 컷 예쁘지 않아?” 하고 들려주었고, 그때마다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단순한 1박 2일이었지만, 그 하루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다. 이제 지아는 결혼해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있다. SNS 속에서 아이와 함께 웃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그 모습은 차분하고 성숙했지만, 내 기억 속의 지아는 여전히 한여름 햇살 아래에서 꽃무늬 비키니를 입고 자유롭게 웃던 그때의 모습에 머물러 있다.
밤이 깊어 혼자가 된 시간, 나는 가끔 오래된 폴더를 열어 그 시절의 사진들을 꺼내 본다. 화면 속의 지아는 물가에 앉아 머리카락을 넘기며 웃고, 장난스럽게 카메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인다. 여전히 생생한 빛깔을 띤 그 장면들은 지금의 그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처럼 다가온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오래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단순히 추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시간 속으로 다시 끌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 화면을 스치는 손끝은 어느새 힘을 잃고, 호흡은 느리게 무너져 내린다.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었다. 지아를 향한 오래된 기억이 아직도 내 안에서 살아 숨 쉬며, 한 겹의 옷처럼 나를 조용히 벗겨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기억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다른 삶 속에서 웃고 있고,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서 몇 장의 사진에 매달려 있다. 추억을 꺼낼 때마다 내 마음은 조용히 무너지고, 바지 끝자락에 스민 긴장마저도 결국 그 기억에 잠식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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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40-year-old Korean woman, a fashion fitting model. She has long, straight, dark brown hair and fair skin. She is wearing a dark blue low-rise hipster thong bikini with a very small cherry blossom pattern. The bikini has an underwire and her navel is visible. She is squatting backwards at a swimming pool and looking at the camera. An out-of-frame cameraman uses a 35mm camera to capture a candid shot with a strong flash on the person, under strong natural light and backlighting, looking up at her back from below in a commercial photography style with Fujifilm colors. This is a full-body 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