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어느 날, 연희에게서 연락이 왔다. 늦은 밤, 그녀는 왠지 모르게 센치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아이돌들이 너무 예뻐 보여요. 화면만 틀면 상큼하고 발랄한 애들이 잔뜩인데, 문득 거울을 보면 한숨만 나오네요.”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3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연희는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 나이 또래 여자들이 흔히 겪는 감정임을 알기에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무슨 소리예요. 연희 씨도 충분히 예뻐요. 나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거고, 아이돌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거죠.”
그녀는 한참을 투덜거렸다. 요즘 아이돌들은 어쩜 그렇게 군살 하나 없는지, 피부는 왜 또 그렇게 뽀얀지, 춤은 또 얼마나 잘 추는지 등등. 나는 그녀의 귀여운 푸념을 듣고 있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럼 우리, 연희 씨도 아이돌 한 번 해볼까요? 제가 아이돌처럼 찍어 드릴게요.”
연희는 처음엔 헛웃음을 쳤지만, 이내 솔깃한 듯 “정말요?” 하고 물었다. 나는 자신 있게 “그럼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연희의 아이돌 변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며칠 뒤, 예약해둔 렌탈 스튜디오에서 연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연희의 모습에 나는 들고 있던 카메라를 떨어뜨릴 뻔했다. 그녀는 정말 아이돌처럼 변신해 있었다.
새싹처럼 돋아나는 초록색 체크무늬 민소매 상의는 그녀의 하얀 어깨와 팔을 시원하게 드러냈다. 탄탄한 어깨선과 매끈한 팔 라인은 그녀가 얼마나 자기 관리에 철저한지 보여주는 듯했다. 상의 아래로 풍성한 검은색 프릴 미니스커트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발랄하면서도 도발적인 매력을 동시에 발산했다.
짧은 스커트 아래로 길게 뻗은 다리는 검은색 끈으로 종아리까지 묶인 워커와 어우러져 시선을 사로잡았다. 워커 끈 사이로 살짝살짝 드러나는 살결이 묘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나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그녀를 맞았다.
“와… 연희 씨, 정말 제대로 준비했네요. 깜짝 놀랐어요.”
연희는 살짝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어색하죠? 오랜만에 이런 옷 입으려니 민망하네요.”
민망하다니, 천만에 말씀이었다. 나는 그녀를 스튜디오 중앙으로 안내하고 조명을 조절했다.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인 스튜디오 조명 아래에서 연희는 더욱 빛났다. 나는 그녀에게 다양한 포즈를 주문했다.
때로는 상큼하게 윙크를 하고, 때로는 도발적인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초록색 민소매 상의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살랑거렸고, 프릴 스커트도 함께 흔들렸다.
워커를 신은 발로 살짝 발끝을 들어 올리거나, 무릎을 살짝 구부리는 포즈를 취할 때마다 탄탄한 허벅지 라인과 종아리의 곡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땀을 흘리며 포즈를 취하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이돌이었다.
두 시간의 촬영이 끝나고, 우리는 모니터 앞에 앉아 결과물을 확인했다. 연희는 자신의 사진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볐다.
“이게 정말 저라고요? 세상에… 제가 이렇게 나올 줄이야!”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제가 뭐랬어요. 충분히 아이돌 같아요.”
나는 그 자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을 골라 즉석에서 프린트해 주었다. 따끈따끈한 사진을 받아든 연희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소녀처럼 해맑은 미소가 가득했다. 나이를 신경 쓰던 30대 후반의 여인이 아닌, 방금 데뷔한 신인 아이돌 같은 모습이었다.
“고마워요. 덕분에 정말 좋은 추억 만들었어요.”
그녀의 눈빛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나는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의 연희를 담아낼 수 있을지 기대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녀의 다양한 매력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담아내는 일은 나에게도 큰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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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young East Asian woman with long, dark hair and bangs, with fair skin, is seated on a light beige staircase, looking directly at the viewer with a playful smile and her tongue slightly out. She is making a finger heart gesture with her right hand. She is wearing a sleeveless, tight-fitting top with a green, black, and white plaid pattern and the number “91” printed in white on the front. Her bottom attire consists of a short, layered black ruffled skirt with lace trim peeking out. On her feet, she wears black combat boots with thick soles, adorned with black laces crisscrossing up her calves. The background is a simple, light beige wall with subtle shadows, enhancing the bright and cheerful mood of the image.